디자인비와 구매대행 수수료를 뒤섞었더니 ₩3,500만이 10개월 묶였다 — 서울 인테리어 디자이너 황지원의 수금 92일→17일 이야기
InvoiceFlow 편집부 · 2026년 6월 1일 · 읽는 데 약 16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통유리로 된 작은 스튜디오가 있다. 황지원 대표(41)의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다. 그는 고급 단독주택과 부티크 호텔을 주로 작업한다. 한 프로젝트의 규모가 2억 5천만 원에서 많게는 30억 원에 이른다. 평창동과 한남동의 단독주택, 제주 애월의 부티크 호텔, 강원도 양양의 서퍼 게스트하우스까지. 그의 포트폴리오는 잡지에 실릴 만큼 화려했다.
하지만 2025년 봄, 황 대표는 종합소득세 신고 자료를 정리하다가 한 가지 사실 앞에서 손이 멈췄다. 장부상으로는 분명 1년에 8억 원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정작 통장 잔고는 늘 위태로웠다. 미수금이 상시 2억 원 가까이 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 부티크 호텔 고객의 ₩3,500만은 무려 10개월째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한 줄로 청구한 게 화근이었어요"
황 대표의 청구서는 늘 단순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엑셀로 만든 견적서를 PDF로 바꿔 이메일로 보내고, 전자세금계산서는 별도로 홈택스에서 발행했다. 문제는 청구서의 구조였다. 그는 디자인비, 가구·자재 구매대행 수수료, 그리고 실제로 대신 결제한 자재 실비를 한 장의 청구서에 뭉뚱그려 적었다.
"예를 들어 평창동 주택 프로젝트라면 '인테리어 일체 ₩2억 8,000만'이라고 한 줄로 썼어요. 그 안에 제 디자인비 6,000만 원, 가구·조명 구매대행 수수료 2,000만 원, 그리고 제가 카드로 먼저 긁어 둔 자재 실비 2억 원이 다 섞여 있었던 거죠."
이 구조가 왜 위험한지 부티크 호텔 프로젝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양양의 한 부티크 호텔 오너는 객실 18개를 통째로 맡겼다. 총 계약 금액은 9억 2,000만 원. 황 대표는 이 중 절반 가까이를 가구·조명·욕실 자재 구매대행으로 진행했다. 이탈리아 가구, 독일 욕실 설비, 국내 작가의 핸드메이드 조명까지. 그는 자기 사업자 카드와 통장으로 이 자재들을 먼저 결제했다.
준공 후, 그는 늘 하던 대로 청구서를 한 장 보냈다. '부티크 호텔 인테리어 일체 ₩9억 2,000만 (부가세 별도)'. 그런데 호텔 측 회계 담당자가 제동을 걸었다.
"호텔 쪽에서 그러더라고요. '이 9억 2천 중에서 정확히 얼마가 선생님 디자인 용역비고, 얼마가 우리가 산 물건값이고, 얼마가 수수료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우리 세무 대리인이 매입세액 공제랑 비용 처리를 하려면 항목별로 나뉘어야 해요. 이대로는 결제 품의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3,500만이 묶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마지막 잔금 차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호텔은 "항목을 나눠서 다시 끊어 달라"고 했고, 황 대표는 이미 끝난 프로젝트의 영수증과 카드 명세를 거꾸로 뒤져 자재 실비를 일일이 추려야 했다. 이탈리아 가구 인보이스는 환율이 적용된 외화였고, 일부 자재는 현금으로 사서 영수증이 누락돼 있었다. 자료를 맞추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섞어 청구하면 생기는 세 가지 진짜 문제
황 대표가 뒤늦게 깨달은 것은, 디자인비·구매대행 수수료·자재 실비를 섞어 청구하는 것이 단순한 '정리의 문제'가 아니라 세무·법무·현금흐름이 동시에 걸린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 부가세 처리가 엉킨다. 디자인 용역비와 구매대행 수수료는 황 대표의 매출이므로 부가세 10%를 그가 받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자재 실비는 본질적으로 '대신 결제해 준 돈'이다. 이걸 매출에 통째로 합쳐 버리면, 9억 2,000만 원 전체에 대한 부가세 9,200만 원을 일단 받아 신고해야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재 매입 시 이미 부가세를 냈으므로 매입세액 공제로 상쇄된다. 이 흐름이 청구서에서 명확하지 않으면 고객도, 황 대표 본인도 부가세를 얼마 받아야 하는지 헷갈린다.
- 고객이 비용 처리를 못 한다. 호텔 입장에서 가구는 자산(비품)으로 잡고 감가상각해야 하고, 디자인 용역비는 당기 비용으로 처리한다. 회계 처리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한 줄로 청구하면 고객의 세무 대리인이 손을 댈 수가 없다.
- 잔금이 인질이 된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항목이 불명확하면 고객은 "확인될 때까지 못 준다"며 잔금 전체를 보류한다. 디자인비는 명백히 받을 돈인데, 자재 실비 정산이 안 끝났다는 이유로 디자인비까지 함께 묶여 버린다.
"₩3,500만이 묶인 동안, 저는 그 호텔 자재값으로 카드값 2억을 먼저 막아 둔 상태였어요. 디자인비는 제대로 벌었는데, 통장은 텅 비어서 다음 프로젝트 인건비를 지인에게 빌렸습니다. 흑자인데 흑자 도산할 뻔한 거죠."
InvoiceFlow로 청구 구조를 다시 설계하다
그가 돌파구를 찾은 것은 같은 디자인 협동조합의 한 후배가 쓰던 청구서 앱 InvoiceFlow였다. 처음엔 "스마트폰으로 청구서나 만드는 가벼운 앱이겠거니" 했지만, 써 보니 그가 필요로 한 것이 정확히 거기에 있었다.
1단계: 청구를 3개 범주로 완전히 분리
황 대표는 모든 프로젝트의 청구서를 세 개의 범주로 나누기 시작했다. InvoiceFlow에서는 한 청구서 안에 항목을 그룹으로 묶고 소계를 따로 매길 수 있어, 고객이 한눈에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 범주 | 성격 | 부가세 | 예시 (양양 호텔) |
|---|---|---|---|
| ① 디자인 용역비 | 황 대표의 매출 | 10% 과세, 본인이 받아 납부 | ₩2억 4,000만 |
| ② 구매대행 수수료 | 황 대표의 매출 (자재가의 10%) | 10% 과세 | ₩4,000만 |
| ③ 자재 실비 (대납) | 대신 결제한 비용, 실비 정산 | 매입세액 공제로 상쇄, 영수증 첨부 | ₩6억 4,000만 |
"이렇게 나누고 나니 호텔 회계팀이 단번에 이해했어요. 디자인비랑 수수료는 우리 용역 매출이라 부가세 10%를 붙여 전자세금계산서를 끊고, 자재 실비는 영수증과 함께 실비 청구로 처리하니, 호텔 쪽 세무 대리인도 '이제 됩니다' 하더라고요."
특히 ③번 자재 실비는 InvoiceFlow의 항목별 메모와 첨부 기능을 활용해 각 자재의 원 영수증·해외 인보이스·환율 적용액을 묶어 두었다. 이탈리아 가구처럼 외화로 산 자재는 다중 통화 기능으로 유로 표기와 원화 환산액을 함께 보여 줬다.
2단계: 단계별 청구와 전자 서명
두 번째로 바꾼 것은 한 번에 몰아 청구하던 방식이다. InvoiceFlow의 분할 결제(단계별 청구) 기능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네 차수로 끊었다.
- 1차 (계약 시) 20% — 착수금: 디자인 용역비 일부. 이 차수의 청구서에 '설계 범위'와 '추가 변경 시 별도 청구' 조항을 명시하고 전자 서명을 받았다.
- 2차 (자재 발주 시) 40% — 자재 실비 선지급: 황 대표가 카드로 대납하지 않고, 고객이 자재값을 먼저 입금하도록 했다. 이것만으로 그의 카드 부담이 사라졌다.
- 3차 (시공 중간) 25% — 용역비 + 수수료: 공정률 50% 시점에 청구.
- 4차 (준공 후) 15% — 잔금: 디자인비 잔액과 정산 차액.
각 차수마다 고객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청구 내역과 조건을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전자 서명했다. 서명된 청구서는 PDF로 양측에 남았다. "말로 했던 '이건 추가 공사니까 별도예요'가, 이제는 서명된 문서로 남아요. 분쟁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3단계: 전자세금계산서와의 연동
황 대표는 일반과세자다. 그래서 디자인 용역비와 구매대행 수수료에 대해서는 전자세금계산서를 의무 발행해야 한다. 그는 InvoiceFlow에서 ①②번 범주의 과세 청구서를 만든 뒤, 그 항목과 금액을 그대로 홈택스 전자세금계산서에 옮겨 발행했다. 청구서상 공급가액과 부가세가 이미 명확히 나뉘어 있어, 세금계산서 발행이 5분 만에 끝났다.
"예전엔 9억 2천을 어떻게 쪼개 세금계산서를 끊을지부터 고민했어요. 자재 실비까지 다 과세로 끊으면 부가세를 9,200만 원이나 받아야 하나? 매입세액 공제는 어떻게 되지? 머리가 터졌죠. 지금은 과세 매출(디자인비+수수료)만 깔끔하게 전자세금계산서로 끊고, 자재 실비는 실비 정산 서류로 분리하니 모든 게 맞아떨어집니다."
결과: 수금 92일 → 17일, 미수금 절반으로
구조를 바꾼 지 약 1년, 황 대표의 숫자는 다음과 같이 변했다.
- 평균 수금 기간: 92일 → 17일. 준공 후 한 번에 몰아 청구하던 9억짜리 잔금이, 네 차수로 쪼개져 각 단계에서 곧바로 들어왔다. 잔금 차수도 항목이 명확하니 보류될 이유가 없었다.
- 상시 미수금: 약 2억 원 → 약 9,000만 원. 자재 실비를 고객이 선지급하는 구조로 바꾸자, 황 대표가 카드로 대납하는 일이 사라졌다.
- 그 호텔의 ₩3,500만: 회수 완료. 항목을 3개 범주로 다시 끊어 보내자, 호텔 회계팀이 2주 만에 품의를 통과시켰다.
- 종합소득세 신고 준비 시간: 대폭 단축. 매출(디자인비·수수료)과 대납 실비가 처음부터 분리돼 있어, 신고 시 매출 누락이나 과대 신고 위험이 사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마음이에요. 예전엔 큰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기쁘면서도 무서웠어요. 내 카드로 자재 2억을 막아야 하나, 잔금은 언제 들어오나. 지금은 프로젝트 규모가 30억이어도 겁나지 않아요. 돈의 흐름이 단계별로 설계돼 있으니까요."
여러 사업 프로필로 '디자인'과 '소품 판매'를 분리
황 대표는 최근 자신이 큐레이션한 조명·오브제를 따로 파는 작은 온라인 편집숍도 열었다. InvoiceFlow의 여러 사업 프로필 기능으로 '디자인 사무소'와 '편집숍'을 서로 다른 상호·로고·청구서 템플릿으로 운영한다. 두 사업의 매출이 섞이지 않으니 종합소득세 신고 때도 깔끔하다.
대형 프로젝트를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황 대표에게 후배 디자이너를 위한 한마디를 청했다.
"디자인은 잘하는데 돈에서 무너지는 동료를 너무 많이 봤어요. 핵심은 단 하나예요. 내가 받을 돈(디자인비·수수료)과, 대신 결제해 준 돈(자재 실비)을 절대 한 줄로 섞지 마세요. 이 둘은 부가세도 다르고, 세금계산서 처리도 다르고, 고객의 비용 처리 방식도 다릅니다. 처음부터 범주를 나눠 청구하고, 큰 건일수록 단계별로 끊어서 서명을 받으세요. 그러면 30억짜리 호텔도 두렵지 않습니다."
신사동 통유리 스튜디오에서, 황지원 대표는 오늘도 30억 규모의 새 호텔 도면을 펼쳐 놓고 있다. 이번엔 통장 걱정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