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나라에서 들어오던 로열티, 자주 누락됐다──전주 일러스트레이터 박서연이 옛 미수금 ₩2,800만을 회수한 다중 통화 추적법
InvoiceFlow 편집부 · 2026년 6월 4일 · 읽는 데 약 15분
전주 한옥마을에서 멀지 않은 완산구의 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작업실. 박서연 씨(31)는 이곳에서 매일 그림을 그린다. 동화 같은 따뜻한 화풍으로 그림책 삽화, 브랜드 캐릭터, 모바일 앱 아이콘과 이모티콘까지 작업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다. 독립한 지 6년, 그녀의 그림은 국경을 넘었다. 한국의 그림책 출판사,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영국의 어린이 교육 앱, 일본의 캐릭터 굿즈 회사까지 그녀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수입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작업을 완성하고 받는 작업비(원고료)다. 다른 하나는 작품이 책으로, 굿즈로, 앱 안에서 계속 팔릴 때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받는 로열티다. 박서연 씨의 작품들은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었고, 그 로열티는 계약에 따라 분기마다, 혹은 반기마다 정산되어 들어와야 했다.
"문제는 이 로열티가 '들어와야 할 때 안 들어와도 제가 모른다'는 거였어요. 작업비는 송장을 보내고 안 주면 바로 아니까 챙기는데, 로열티는 상대가 알아서 계산해서 보내주는 구조잖아요. 그 회사가 깜빡하거나, 일부러 누락하거나, 환율 적용을 잘못해도 저는 확인할 길이 없었어요."
네 개의 나라, 네 개의 통화, 제각각의 정산 주기
박서연 씨의 로열티 상황은 그야말로 복잡했다.
- 한국 그림책 출판사: 원화(₩), 반기 정산(상·하반기). 정산서를 PDF로 받아 확인.
- 미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달러(USD), 분기 정산. 매출 리포트와 함께 송금.
- 영국 교육 앱: 파운드(GBP), 분기 정산. 앱 다운로드·결제 기준 비율.
- 일본 캐릭터 굿즈 회사: 엔(JPY), 반기 정산. 굿즈 판매 수량 기준.
통화가 네 개, 정산 주기가 분기와 반기로 뒤섞여 있었다. 게다가 환율은 정산일마다 달랐다. 박서연 씨는 이 모든 걸 머릿속과 엑셀 한 장으로 관리하려 했지만, 곧 통제 불능이 됐다.
"어느 분기에 미국에서 정산이 왔는지, 영국은 지난 분기를 건너뛴 건 아닌지, 일본은 이번 반기 정산이 누락된 건지 아니면 아직 정산일이 안 된 건지… 도무지 추적이 안 됐어요. 분명히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은 있는데, 증거를 댈 수가 없으니 상대에게 따질 수도 없었죠."
'느낌'을 '데이터'로 바꿔야 했다
전환점은 한 선배 작가의 조언이었다. "서연아, 로열티는 '받는' 게 아니라 '청구하고 대조하는' 거야. 네가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계약 조건대로 기록해두고, 실제 들어온 금액과 대조해야 누락을 잡을 수 있어.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평생 떼이는 거야."
박서연 씨에게 필요한 건 세 가지였다. (1) 네 개의 통화를 각각의 통화로 청구·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 (2) 각 계약의 정산 주기에 맞춰 '받아야 할 로열티'를 미리 등록하고 실수령과 대조하는 추적 장치, (3) 정산일이 다가오면 알려주는 알림. 엑셀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InvoiceFlow의 다중 통화 + 로열티 추적
그녀가 찾은 도구가 스마트폰으로 청구·정산 관리를 끝낼 수 있는 앱 'InvoiceFlow'였다. 가장 결정적인 기능이 다중 통화 지원이었다. 거래처마다 청구 통화를 ₩, USD, GBP, JPY로 각각 지정할 수 있었고, 청구서도 해당 통화와 언어로 발행됐다.
박서연 씨는 우선 네 거래처를 각각의 통화·언어로 등록했다. 미국 브랜드에는 영문·USD 청구서를, 일본 회사에는 일본어·JPY 청구서를 보낼 수 있었다. "예전엔 해외 거래처에 보낼 송장을 만들 때마다 통화 기호랑 언어 때문에 진땀을 뺐는데, 이제는 거래처만 고르면 알아서 맞춰주니 너무 편했어요."
로열티 추적: '받아야 할 돈'을 미리 등록
핵심은 각 계약의 로열티 정산을 미리 등록해두는 방식이었다. 박서연 씨는 InvoiceFlow에 거래처별 정산 주기에 맞춰 '로열티 정산 예정' 청구를 만들어두었다. 분기 정산이면 1년에 네 번, 반기 정산이면 두 번. 각 정산 예정일이 다가오면 자동 알림이 울렸다.
정산이 들어오면, 상대가 보낸 매출 리포트의 금액과 자신이 계약 비율로 추정한 금액을 대조했다. 들어온 금액을 해당 통화 그대로 기록하니, 환율 변동에 휘둘리지 않고 '계약 통화 기준으로 정확히 받았는지'를 따질 수 있었다. 정산 예정으로 등록해뒀는데 채워지지 않은 항목은 화면에서 빨갛게 남아, 한눈에 '이건 아직 안 들어왔다'를 알 수 있었다.
진실의 순간: ₩2,800만이 빠져 있었다
네 거래처의 과거 정산 내역을 InvoiceFlow에 차근차근 입력하며 대조하던 박서연 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영국 교육 앱: 한 분기 정산이 통째로 누락돼 있었다. 담당자 교체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추정. 약 GBP 4,200(당시 환율로 약 700만 원).
- 미국 브랜드: 두 개 분기에서 로열티 비율이 계약보다 낮게 적용돼 있었다. 매출은 맞는데 곱한 비율이 달랐다. 차액 약 USD 6,800(약 900만 원).
- 일본 굿즈 회사: 한 반기 정산에서 신규 출시 굿즈 라인의 매출이 정산서에서 빠져 있었다. 약 JPY 95만(약 850만 원).
- 한국 출판사: 한 반기에서 증쇄분 일부가 정산에 반영되지 않음. 약 350만 원.
합치면 약 2,800만 원. 모두 그녀가 '받았어야 했지만 받지 못한', 그리고 정확히 짚어내기 전까지는 존재조차 몰랐던 돈이었다.
"손이 떨렸어요. 이게 다 제 그림이 만들어낸 정당한 수익인데, 그냥 안개 속으로 사라질 뻔한 거잖아요. 누가 떼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단순 실수나 누락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데이터로 짚어내지 못하면, 실수든 고의든 결과는 똑같이 '내가 손해'인 거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청구하다
박서연 씨는 InvoiceFlow에서 정리한 대조 자료를 근거로 각 거래처에 정중하게 연락했다. "X분기 정산을 확인해보니 다음 항목이 누락된 것 같습니다. 계약 제O조의 로열티 비율은 O%인데 적용된 비율이 다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명확한 근거와 계약 조항, 통화별 금액을 제시하니 상대도 빠르게 인정했다.
"감정적으로 따진 게 아니에요. 데이터를 보여줬을 뿐이죠. 영국 앱 회사는 사과하면서 다음 분기에 합쳐서 보내줬고, 미국 브랜드는 비율 오류를 인정하고 차액을 정산해줬어요. 명확한 기록이 있으니 협상이 아니라 '확인'이 된 거예요."
원천징수·종합소득세까지 정리되다
해외 로열티는 세금 처리도 까다롭다. 나라에 따라 원천징수가 적용되기도 하고(조세조약에 따른 제한세율), 국내에서는 이 모든 해외 소득이 종합소득세 신고에 합산된다. 박서연 씨는 InvoiceFlow에서 거래처별·통화별 수입과 원천징수 내역을 정리해두니, 종합소득세 신고철에 세무사에게 깔끔한 자료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예전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마다 통장 내역을 거꾸로 뒤지며 '이 입금이 어느 나라 무슨 로열티였지?'를 추적하느라 며칠을 헤맸어요. 지금은 거래처·통화·날짜·원천징수가 다 정리돼 있으니, 자료를 그냥 넘기면 끝이에요. 환차익·환차손 계산도 통화별 기록이 있으니 한결 수월하고요."
결과: 옛 미수금 ₩2,800만 회수, 그리고 미래의 누락 차단
로열티 추적 시스템을 갖춘 지 1년. 박서연 씨의 변화는 명확하다.
- 옛 미수금 회수: 약 2,800만 원. 데이터로 짚어낸 과거 누락분을 대부분 회수했다.
- 신규 누락: 사실상 0건. 정산 예정 등록과 자동 알림 덕분에, 이제는 정산이 오면 즉시 대조하고 누락이 있으면 그 분기 안에 잡아낸다.
- 해외 송장 작성 시간: 대폭 단축. 다중 통화·다국어 자동 적용으로, 통화 기호와 번역에 진땀 빼던 일이 사라졌다.
- 종합소득세 준비: 며칠 → 반나절. 거래처·통화·원천징수가 정리되어 세무 신고가 단순해졌다.
"제일 큰 변화는 마음이에요. 예전엔 '뭔가 빠진 것 같은데' 하는 막연한 불안이 항상 있었어요. 지금은 화면을 보면 모든 정산이 제자리에 있는지 한눈에 보이니까, 그 불안이 사라졌어요.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저작권 라이선스, 계약부터 명확하게
이 경험은 박서연 씨가 계약 자체를 보는 눈도 바꿔놓았다. 이제 그녀는 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 로열티 비율, 정산 주기, 정산서에 포함될 항목(증쇄·신규 라인 포함 여부), 통화와 환율 기준일을 처음부터 명확히 한다. "추적 시스템이 있으니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쓰게 되더라고요. 막연하게 '판매액의 일정 비율'이 아니라, '순매출의 O%, 분기 정산, 정산서에 SKU별 수량 명시'처럼요. 명확한 계약이 명확한 추적을 가능하게 해요."
해외에 작품을 라이선스하는 창작자들에게
"로열티는 가만히 기다리면 새는 돈이에요. 상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복잡하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통화별로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기록하고, 실제 들어온 것과 대조하세요. 그게 창작자가 자기 작품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에요. 우리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게 아니라, 그림이 만들어낸 돈도 지켜야 하니까요."
박서연 씨가 되찾은 2,800만 원은 새로 번 돈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의 그림이 벌어놓았지만, 안개 속으로 사라질 뻔한 돈이었다. 전주의 오래된 작업실에서, 그녀는 오늘도 안심하고 다음 그림에 색을 입히고 있다.